얼마 전 가족 일로 목돈을 결제할 일이 생겼습니다.
기존에 쓰던 카드들로는 한도나 혜택이 아쉬워, 적립률과 결제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 본 뒤 디지로카 London 아멕스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결제에 사용했었죠.
큰 금액을 쓰면서도 "그래도 포인트 적립률이 높아 다행이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제가 제게 상상도 못 했던 기적 같은 행운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평소처럼 바쁘게 일하고 있던 어느 날, 02로 시작하는 카드사 번호로 전화가 계속 걸려왔습니다.
평소 카드사 마케팅이나 리볼빙 권유 전화에 시달렸던 터라 자연스럽게 '수신 거절' 버튼을 누르고 넘겼습니다.

8월 21일부터 롯데카드(1588-8100)에서 걸려온 전화를 며칠째 거절하고 있었는데,
8월 25일에 날아온 문자 한 통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단순 광고가 아니라 프로모션 경품 관련이라는 말에 부랴부랴 롯데카드 고객센터로 직접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 연결 후 확인한 내용은 정말 믿기지 않는 소식이었습니다.

단순히 일반 관람석(그랜드스탠드) 티켓을 주는 줄 알았는데, 경품 내역에 적힌 단어는 무려 'SKY SUITE(스카이 스위트)'였습니다.
스카이 스위트는 에어컨이 완비된 VIP 전용 프라이빗 룸에서 경기 관람은 물론, 최고급 뷔페와 와인/샴페인이 무제한 제공되는 공식 최고 등급 호스피탈리티 패키지입니다.
티켓 1장 가격만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를 호가하는 초호화 좌석인데, 이걸 2장이나 받게 된 것입니다.
며칠 뒤 여행 업무를 대행하는 하나투어 비즈니스 측으로부터 사전 출발 안내문을 수령했습니다.

일정표를 보니 항공편이 무려 싱가포르 국적기인 싱가포르항공(SQ) 직항이더군요.
11년 전 신혼여행 때 싱가포르항공을 타고 설레어 했던 옛 기억이 떠올라 앨범 속 사진을 꺼내보았습니다.

당시 멀라이언 파크에서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즐거워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F1 그랑프리 VIP 직관이라는 특별한 기회로 다시 싱가포르를 밟게 되니 감회가 참 새롭습니다.
11년 전의 추억과 비교해 지금의 기내 서비스와 시설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큽니다.
숙소 배정을 보고도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턴 9) 바로 앞에 위치한 5성급 랜드마크 호텔입니다.
F1 시즌에는 서킷 조망 객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곳인데, 이동 동선까지 완벽하게 고려된 배정이었습니다.
패키지 투어가 아니라 왕복 항공, 최고급 호텔, VIP 서킷 티켓, 공항 픽업/샌딩만 지원되고 현지 일정은 전면 자유일정이라 여유롭고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구성입니다.
사실 당첨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머리를 스친 걱정은 '제세공과금 22%'였습니다.
경품 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러다 당장 현금으로 몇백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덜컥 겁부터 났거든요.
그런데 상담원분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다행히도 22% 제세공과금 전액을 롯데카드에서 대신 내주는 조건이었습니다.
당장 제 지갑에서 나갈 돈은 0원이었던 거죠.
"아, 다행이다!" 하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통화 중에 중요한 안내를 하나 더 받았습니다. 내년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따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카드사에서 세금을 다 내줬는데 왜 또 신고를 하지?" 싶어서 조금 알아봤더니, 세법 구조가 참 재밌더군요.
카드사에서 대신 내준 천만 원 가까운 세금마저도 국가에서는 "당첨자가 얻은 금전적 이익"으로 본다고 합니다.
결국 순수 경품 가액에 카드사가 대신 내준 세금까지 얹어져서 제 한 해 기타소득으로 국세청에 잡히게 되는 거죠.
여기에 1년 치 기타소득이 300만 원을 넘어가면 무조건 기존 소득이랑 합쳐서 종합과세를 해야 한다고 하니,
결국 내년 5월에 제 원래 소득 구간에 맞춰 일부 차액 정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솔직히 내년에 추가로 얼마가 나올지는 정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카드사에서 먼저 큼직한 세금을 다 막아준 덕분에 부담은 훨씬 덜었습니다.
이 정도 초호화 VIP 패키지를 공짜로 경험하는 대가라고 생각하니, 이건 기분 좋게 치러야 할 '행복한 세금 고민'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얼마 전 가족 일로 큰 지출이 생겨 이것저것 따져보고 만들었던 카드였는데, 이렇게 인생에 다시 없을 행운으로 돌아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마터면 카드사 스팸인 줄 알고 제 손으로 걷어찰 뻔했던 기회라 그런지 더 값지게 느껴지네요.
이제 출국 날까지 여권 챙기고, 11년 만에 다시 밟을 싱가포르 동선도 짜보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려 합니다.
출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티켓 교환증을 받는 순간부터, 현지 래플스 시티에서 VIP 실물 티켓을 교환하고 서킷 바로 앞 스위소텔에 체크인하는 과정까지! 다녀와서 블로그에 하나씩 생생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싱가포르 F1 직관 후기 2탄도 기대해 주세요!